수술은 두 시간 넘게 걸린 큰 수술이었다고 합니다만
저야 전신마취를 했으므로 잠들었다 깨어보니 수술은 이미 끝나있었고...
하지만 수술 당일에는 나름 꽤 고생했습니다. 전신마취 때문에 깨어나서 종일 토했으므로. (-_-)/
수술은 무사히 잘 되었답니다.
그 다음 날 퇴원한 이후로는 은퇴한 노친네 혹은 취학 전 꼬맹이처럼 소일거리하며 아주 한가롭게 지내고 있습니다.
솔직히 아주 지겨워 죽겠어요! 답답해!
눈을 쓰지 않고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많지 않더군요. 음악 감상 정도 뿐입니다.
수술 전에 2~3주는 엎드려 생활해야한다고 했을 때는, 평소에도 엎드려 책 보는 짓을 자주 했으므로
뭐 별로 그렇게 큰 고생일거라고는 생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그렇게 만만하지 않군요.
담당의가 말씀하신 '엎드린 자세'의 포인트는 '엎드린다'는 게 아니고 '고개를 숙인다'는 거였던 겁니다.
가능하면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지금도 가능하면 모니터가 아니라 키보드를 보면서 타이핑하고 있음)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있다 보면 당연하게 뒷목이 아픕니다.
그러면 엎드리거나 옆으로 눕는데, 엎드려서 고개를 앞으로 처박는 자세를 하는 거죠.
이런 자세를 하면 피가 앞으로 쏠리기 때문에 눈을 감고 있어도 머리가 아픕니다.
그리고 멀쩡한 오른쪽 눈까지 포함해서 얼굴 전체가 붓고요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생목 오르거나 위액이 올라오기 쉽고요
아래턱에 자꾸 힘을 주게 되고요 허리 아픈 건 두 말할 것도 없고...
하여간 인간이 엎드려 생활하도록 진화된 건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닫는 요즘입니다.
옆으로 누우면 한결 편하지만 아무래도 엎드린 자세만큼 효과가 좋은 건 아니라서 말이죠.
게다가 눕기만 하면 자꾸 잠을 자는 바람에.
밥먹고 바로 잠든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에요. 안그래도 요즘 움직임이 거의 없기 때문에 빠지고 있던 살이 도로 붙고 있다고요!
집중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배고픔도 더 자주, 더 강렬하게 느껴서 식탐만 늘어갑니다.
하도 할 일이 없어서 병상 일지랄까 그런 것도 매일 간단하게 쓰고 있고...
보통은 쓰잘데기 없는 그림을 그리면서 시간을 떼우고 있습니다.
하도 지루해서 책을 한 권 읽은 적도 있는데, 그 날 머리 아파서 죽는 줄 알았어요.
오른쪽 눈에도, 수술한 왼쪽 눈에도 무리인 것 같아 가능하면 글자는 읽지 않으려고 합니다.
오디오북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니까.
어제는 시장가는 엄마를 쫓아 밖으로 나가봤는데 밖을 돌아다니는 것도 만만치는 않아요.
앞으로 고개를 숙이고 걷기 때문에 시야가 차단되거든요. 자세도 이상하고 걸음걸이도 이상하고...
누가 갑자기 내 쪽으로 뛰어들어 부딪히게 되어도 피할 수가 없죠.
또 집에서는 한쪽 눈으로만 보다가 머리가 아프면 눕거나 엎드려서 눈 감고 좀 쉬고, 그러다 다시 일어나고 하는 게 가능한데
밖에서는 쉴 수가 없으니까. 꽤 피곤했어요.
왼쪽 눈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가스랑 공기를 넣어놔서 꼭 반투명한 액체를 눈에 잔뜩 채운 것 같아요.
빛의 정도나 색같은 걸 어렴풋이 느낄 수 있고, 바로 눈 앞에 들이댄 물체를 식별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지금은.
그리고 아직 피도 다 빠지지 않아서 새빨간 것이 완전 전래동화에 나오는 미륵불의 형상.
그야말로 날짜 가기만 기다리고 있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