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의 이해 중 5 quotes
2006.11.20 14:21 Edit
하지만 자살들의 언어는 특별하지
목수들이 그렇듯 어떤 연장을 써야 하는지는 알고 싶어해.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는 절대로 묻지 않아.
- 앤 섹스턴(p295)
자살의 원인은 대체적으로 개인의 선천적 기질과 유전적 취약성에 있다. 혹은 심각한 정신질환, 극심한 정신적 압박감에 있다. 이들 가운데 나머지는 무시한 채 어느 하나만 이야기한다면 자살을 묶어두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치명성이 내재된 정신질환에 대한 오진이나 부적절한 치료, 또는 심각한 자살위험에 대한 소극적 대처 역시 비극적 결말을 낳을 수 있고 또 종종 그래왔다. 의사와 환자와 가족이 다 함께 노력하면 자살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어렵고 민감하고 순탄치 않은 모험이다. 그 가치는 분명하지만, 그것을 얻어내는 방법은 불분명하다. 목숨을 버리고 싶을 만큼의 절망에서 뒤돌아오는 길이 직선대로라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는 한 번도 그 길을 가본 적 없는 사람이다.
자살하는 사람들은 대개 실제로 자살을 하기 전에 공공연하게, 또 많은 경우 되풀이해서 자신의 자살의도를 다른 이들 - 의사나 가족이나 친구들 - 한테 알린다. 안 그런 사람도 많다. 충동에 이끌리거나 자신의 계획을 감추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스스로한테나 다른 이들에게 그 어떤 기회도 주지 않는다. 그래도 죽고 싶다는 욕망을 드러내는 사람은 행운아다. 적어도 치료와 예방의 가능성은 확보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 (p298~299)
자신의 환자가 지금 당장 겪고 있는 고통의 본질과 깊이를 파악해낼 능력도 전혀 없어 보이는 많은 정신과 의사들은 고집스럽게 조제약에만 매달리면서, 그렇게 알약을 집어삼키다 보면 결국에는 효력이 나타날 테고, 환자의 반응이 있을 것이며, 그러면 그 칙칙한 병원 환경을 피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확신하건대 내 입원도 몇 주 전에 이뤄졌어야 했다. 사실상 내 구원은 병원에 있었고, 또 역설적인 얘기로 들릴지 몰라도 사방이 꽁꽁 잠기고 문마다 감시 장치가 달리고 황량한 푸른색 복도들이 있는 - 또 10층 아래서는 밤낮으로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울리는 - 이 삭막한 곳에서 난 조용한 시골집에서도 찾을 수 없었던 휴식을 찾았으며, 뇌 속을 요동치는 광풍이 잠잠해지는 모습을 보았다. (p302) (윌리엄 스타이런)
… 자살기도로 거의 죽을 뻔했던 아이들이 그 정도나 되는지 미처 몰랐다. 그 아이들의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은 그들의 고통이 어느 정도일지, 혹은 학교에 나가고, 시험을 보고, 숙제를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들에겐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 거의 모르고 있다. (p331)
… 그 누구도 혼자 울다 지쳐 잠들게 해서는 안 됩니다. (p332) (앨리슨 켄트)
사회는 자살에 대해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 데이비드 새처, 의학박사, 미 공중위생국장 (p333)
5월 12일에 열린 워싱턴 D.C. 예산에 관한 의회 청문회에서 그는 준비된 연설문을 제쳐두고 - "내가 이 연설문을 읽지 않으면 이걸 쓴 사람들은 죽을 테니까 이제 그 사람들은 죽었습니다." - 의회 컬럼비아특구 세출위원회 앞에서 아무런 두서없는 즉석연설을 이어나갔다. "의장님, 제 정치인생은 지금 막다른 골목에 와 있고, 제 정치생명은 이제 수명이 다해가고 저는 이 정부를 위해서 그러니까 18년을 봉해왔으며…… 그러므로 의장님, 지금 의장님 앞에 선 저는 지금 지치고 피곤한 늙은이로서, 머리도 다 빠져가고, 컬럼비아특구의 재정 상태의 죽음에 대해선 말 할 수 없는, 말할 수 없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두렵기 짝이 없습니다. 더 이상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p336~337)
보통 사람들을 돌보기 위한 최고의 상태에 있어야 하는 의사들은 동료들이나 스스로를 돌보는 능력으로 따지면 그리 뛰어나지 않은 사람들이다. 우선, 자살을 할 가능성이 다른 사람들보다 두 배나 더 높다. 정신과 의사와 마취과 의사들이 특히 위험하고, 여의사는 훨씬 더 위험하다. 실은 여의사는 일반인보다 자살할 가능성이 3~5배나 더 높다(여자 심리학자와 화학자 - 교사는 제외 - 역시 비슷하게 높은 자살률을 보인다). 그런데 직종이 같은 남자들은 그렇지 않다. 이는 아마 경쟁이 치열하고 남성지배적인 분야에 진입해서 성공하는 여자들의 경우 도태인자 - 왕성한 에너지와 불안정성, 이것들과 연관된 기분장애 - 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여자들이 자녀양육에 대한 책임, 동료와 환자들의 편견, 가정생활과 일 사이의 갈등으로 인해 더 큰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의학과 과학 분야에 종사하는 여자들은 치명성 높은 자살 수단을 자주 접하고 언제든지 구할 수 있다.
의사들은 대개 홀로 남아 고통과 싸워야 한다. 도움을 구하거나, 혹은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조차 많은 이들이 힘들어 한다. 의사들은 독립적이고, 사람을 죽이느냐 살리느냐가 달린 중대한 결정들을 내리고, 다른 사람의 고통 가운데 과도한 분량을 떠안도록 훈련받은 사람들이다. 이들이 일하는 세계는 치료를 받고자 하는 의지를 꺾어버리는 때가 너무나 잦은 닫힌 조직이며, 의료면허증이나 의사의 특권을 인정하지 않거나 무효화시키거나 환자를 받지 못하도록 조직적인 방해를 하기도 한다. 중독성과 치명성 높은 약물들이 언제든 손닿는 곳에 있고, 스트레스와 우울은 일상이요, 불면 - 피로와 오판의 원인은 물론 정신질환이 촉발제가 될 수 있다 - 은 뿌리 깊다. 술이나 마약이나 기분 개선제를 통한 자가 투약이 가능하며, 이것들은 또 종종 재앙을 부른다. (p338~339)
… 막상 자살이나 자살행동을 마주하는 순간 의사들은 몰이해와 두려움을 경험한다. 예일대학의 외과의 셰린 널랜드 박사의 말을 들어보자. "자살자의 가족이나 친구들로서는 이해가 안 갈 겁니다. 하지만 시체를 제일 먼저 들여다보는 제삼자의 의료진한테는 또 달리 고려할 사항이 있고, 그것이 연민을 가로막습니다. 남자든 여자든 질병과 싸우는 일에 인생을 걸고 뭔가 해보겠다는 의욕에 들뜬 사람들이 보기에 그런 극단적인 자기파괴 행위는 뭔가 너무 당혹스러운 나머지 공감도 잘 안 되고 그런 맘을 싹 가시게도 합니다. 의학적 이방인의 경우 그런 행위를 보면 놀랍고 황당하거나 아니면 그런 허무한 일을 저질렀다는 사실에 울화는 치밀겠지만, 자살자의 시체를 보면서 그렇게 가슴이 아프지는 않을 겁니다. 예외적인 사람도 있었지만, 있어도 아주 드뭅니다. 정서적 충격이나 연민까지는 몰라도,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죽음을 볼 때의 그런 비탄은 아닐 겁니다." (p339~240)
● 자살을 극단적으로 단순화시킨 설명
자살은 어떤 한 가지 요인이나 사건의 결과가 결코 아니며 그보다는 많은 요인의 복잡한 상호작용의 결과로 보아야 하며, 대체로는 정신사회적 문제들의 과거력이 있는 경우가 많다. 공무원과 언론은 자살을 촉발한 마지막 사건이 자살의 유일한 원인이 아님을 주의해서 설명해야 한다. 자살자들은 대체로 자살 직후의 상황에서는 인정되지 않을 수 있는 문제들의 과거력을 보여왔다. 자살에 원인을 제공했을 수 있는 모든 문제들을 분류하고 목록을 작성할 필요는 없지만, 문제들에 대한 승인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 자살을 다른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여주는 보도
일반적으로 자살은 난관에 처했거나 우울증을 앓는 사람에 의한 보기 드문 행위다. 자살을 개인적인 문제(예를 들어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거나 부모의 질타에 대한 복수 등)의 해결수단으로 보여주는 보도는 자살위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자살이 잠재적인 문제해결 수단으로 비쳐지게 할 수 있다. 문제해결 수단으로서 자살행동이 유발되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거의 항상 다른 정신병리적 문제들이 연루되어 있다. 자살이 다른 특정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으로 그려질 때, 자살위험이 있는 사람들은 자살을 매력적인 해결책으로 인식할 수도 있다.
● 자살 성공자의 긍정적인 성격에 초점을 맞추는 보도
자살자이 가족과 친구들의 슬픔을 나누기 위한 내용이 자살자의 긍정적인 면들에 대한 부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다. 예를 들어, 자살한 학생이 '훌륭한 아이'였다거나 '전도가 촉망되는 아이였다.'고 한 친구나 선생님들의 말은 인용하는 반면, 자살 학생이 겪었던 문제나 어려움에 대한 부분은 피해가는 것이다. 그 결과, 죽은 이를 기리는 말은 뉴스에 자주 보도된다. 하지만 만일 자살자의 문제가 더불어 얘기되지 않는다면, 자살행동은 다른 요주의 학생들, 특히 바람직한 행동에 따른 칭찬을 거의 못 받는 학생들의 눈에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p354~356) (미 질병통제 및 예방센터 자살 보도 가이드라인 中)
공중보건 관계자, 트라우마 외과의, 응급실 의사, 검시의, 정신보건 전문의들은 모두 전문가적 입장에서 권총과 흉기의 확산에 대해 분노의 목소리를 내왔다. 총상 출혈을 막을 수 없고, 사망 증명서를 작성하고, 부모에게 알리고, 검시 보고서를 써야 하는 이들은 바로 그들이다. … (p359)
존 윌슨이 너무나 그립다. 열정에 찬,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자신만의 방식대로 말하던 그의 목소리가 아직도 내 귀에 생생하다. "이 모든 일들을 하느님의 손에만 맡길 수 없습니다. 하느님은 바쁘십니다." (p365)
……시간은 치유해주지 않는다.
다만 상처를 반쯤 꿰매 줄 뿐
그것은 언제든 터질 수 있으며 슬픔은 처음처럼 온전히 다시 찾아오리라.
- 엘리자베스 제닝스, 영국의 시인 (p366)
몇 달 전 남편과 나는 남편의 옛 친구와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정신과 의사였던 남편의 친구는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내게 요즘 무슨 작업을 하느냐고 물었다. 나는 자살에 관한 책을 쓴다고 했고, 내 대답은, 흔히 그렇듯, 고양이 목에서 방울을 풀어낸 듯 보였다. 짧은 침묵이 이어졌다. 그런 다음 그는 놀랍도록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30년 경험에 비추어 자살에 대한 이해의 천박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자의 저렇듯 확신에 찬 목소리란. "저도 한 때 자살을 생각했습니다. 열여덟 살 때죠. 그런데 그게 가족과 친구들한테 얼마나 몹쓸 짓입니까. 그래서 자살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죠. 지금도 절대 그런 짓은 못 합니다. 전 의삽니다. 제 환자들한테 어떻게 비치겠습니까. 정말 말도 안 되는 이기적인 행동이죠!" 설핏, 도덕적 우월감이 내비쳤다.
나는 계산서를 가져다달라고 얘기하라고 테이블 밑으로 남편의 정강이를 찼다. 그런 다음 내 사정을 익히 잘 아는 남편의 친구에게 난 수년 전 자살기도를 했던 사람이고, 그래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왔지만, 그렇다고 당시 내 행동이 이기적이었다고, 혹은 이기적이 아니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것은 단지 내 인내의 한계점이었으며, 다음날 아침에도 어김없이 일어나 자욱한 정신과 시커먼 공상을 매단 채 모든 것들을 다시 반복해야 한다고 상상해야 하는 마지막 오후였을 뿐이다. 그것은 나쁜 병, 내 사는 동안에는 절대로 나아지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그렇게 나쁜 병의 최종 산물이었다. 다른 사람들을 향한, 혹은 그 사람들한테서 오는 그 어떤 사랑 - 많은 사랑이었다 - 도 소용없었다. 나를 사랑하는 가족도 내 멋진 직업도 내가 느끼는 그 고통과 절망을 이겨내기엔 부족했다. 정열에 불타는 사랑이나 낭만적인 사랑도, 그 사랑이 아무리 강렬할지라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살아 숨쉬고 따스한 온기를 품은 그 무엇도 내 등딱지를 뚫고 들어올 수 없었다. 나는 내 삶이 난장판이 되리라 생각했고, 내 존재가 사라지면 내 가족과 친구와 환자들의 삶이 더 나아지리라 - 추호의 의심도 없이 - 믿었다. 어쨌든 내게는 더 이상 남은 것도 많지 않았고, 나를 위해 헛되이 소모되고 있는 이 아까운 에너지와 착한 노력들이 내가 죽음으로써 자유를 얻으리라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날 남편 친구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평생 자살을 생생히 안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누구의 자살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다. 자살한 그 누구의 부모거나 자식이거나 형제거나 자매거나 친구거나 의사거나 환자거나 그 누구든 아니라고는 말하지 못할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 그것이 이기적인 행동이라는 데는 대부분의 사람이 그와 의견을 같이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목청껏은 못해도 가슴속으로는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느냐?"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리라. 모두들 자신에게 묻고, 묻고, 또 묻고, 수천 번을 물으리라. 왜? 내가 달리 어떻게 했어야 했단 말이냐? 왜? (p367~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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